여름날 다리를 저는 고양이가 왔다.
야옹 하니까 쑥스럽고 두려워하며 화답을 하여 친구가 되었으니
나는 먹을 것을 나누게 되었다. 어찌나 생선을 좋아하는지.
사료와 밥은 싫다 하니 꽤 입맛이 까다로워 친구되기 어렵다 생각했다.
늘 경계 하는 그녀가 안스러워 볼 때 마다 그녀에게 '괜찮다' 는 사인을 보내곤 했다.
한달이 지나자 나를 피하지 않고 집 주변에서 쉬며 즐거워 해서 나도 기뻤다.
헌데 자세히 보니 "헐 임신했구나."
그래서 닭과 가물치 먹이인 미꾸라지를 많이 먹였다.
배가 고프면 간절한 눈 빛으로 야용 거리니 어찌 안 줄 수 있겠나!
야생에서 혼자 살기도 힘든데 아가를 낳다니 .......
동네에는 고양이 깡패가 있어서 약한 새끼는 모두 물어 죽이는 수컷이 왕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마도 그 수컷의 아가를 임신한 것 같은데, 수컷은 몰래
이 아이의 밥을 뺐아 먹으러 호시탐탐 오곤했다.
"크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수컷 고양이가 와서 귀찮게 할 때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
미혼모가 홀로 아가를 기르는 고통을 알기에 수컷이 돌보길 기대했지만
그는 입에 새 한마리 물고 와 암컷에게 선물하는 기적은 없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지 입맛을 다시고 주변을 어슬렁 거려서
냉동 미꾸라지를 주문했다.
몸이 야윈 폼이 새끼가 몇마리 일지 혹은 이대로 죽을 수도 있어 보여
마음이 안되었다.
뒷다리를 절름 거리니 사냥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시월 초에 아기낳을 곳을 찾는 듯하여 집을 만들어 주었다.
구석쟁이에 찡겨 잠을 자는데 폭우가 내리니 ..........
우리 집은 사방이 열린 곳이고 비를 피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두달이 다 되어 가던 날,
평소 답지 않게
뒤돌아 보며 야옹 하고는 아주 슬픈 모습으로 천천히 걸어가버렸다.
'아가를 낳을 때가 된 듯!.'
그리고 며칠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지극한 모성 안에는 신의 사랑이 숨겨 있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는 장면이었다.
나도 엄마였고
내게도 엄마가 있었고
저런 마음으로 아가들을 낳고 돌보았는데
그 지극한 사랑은 지금은 어디로 갔을까?
거칠게 날아오는 칼날들이 이런 순수한 본연의 사랑을 닮아 없애게 하였나?
내 본성에 살아있는 선함과 참됨을 고양이 친구가 정갈하게 돌려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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