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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 간 산 아래를 내려가지 않고 지낸 것 같다.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고 지낸 것 같다.
덕분에 온전히 나로 돌아와 자연을 즐길 수 있어
아주 천천히 천천히 호흡하고
아주 바보처럼 생각도 멈추고
그저 곤충 하나 꽃 하나를 지그시 쳐다 본다.
아침 이슬에 젖은 바늘꽃.
꽃.
차가움과 씨앗의 껍질을 뚫고 생명의 신성한 힘이
비와 거친 바람과 따가운 햇살을 하나로 모으고
뿌리로 거두어 갈무리 한 물과 양분을 끌어
자라고 자라고 해와 달을 이고 지고
몇달 혹 몇년을 아주 천천히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조금씩
견뎌내어
자신 만의 색으로 활짝 드러내니
감탄이 나온다.
꽃을 거치지 않은
결실이 없으니
꽃이 시들고 사라짐은 또한 기쁨이다.
그 결실을 먹고 자라는 인간은
햇살과 지구와 바람과 구름을 먹는 것
그들의 생명 에너지를 똑 똑 잘라
거침없이 먹고 마신다.
이 하루
이 생명
한 생각
마음 한 조각
깊히 아름답게 살아도 좋다.
어느날 문득, 밤의 창가에서 솜뭉치 같은 것이 아주 가만히 있었다.
무심히 보다 창을 닫고 무언가 좀 이상한 느낌이 왔다.
후레쉬를 비추어 보니
절름거리던 엄마고양이와 네마리 아가중에 둘째가 온 것이었다.
귀엽 귀엽.... 잽싸게 소시지를 주고....
"엄마 고양이 좀 델꼬 와..... " 했지만 아직 볼 수 없다.
약한 녀석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인가보다.
그녀는 훌륭한 엄마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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