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여권을 만들려면 아빠가 필요해(?)
엉, 이럴 수가**
우리 동네 세 가구 중, 오른쪽 집에는 남동생 부부와 나의 어머니가 살고 계시다.
그 가족도 평소에 무위의 글과 삶을 보고 깊이 존경하고 있어 몽고여행을 가기로 결정하였다.
그들의 여권 신청은 끝났고 시일이 촉박한데 아이들 여권은 생각지 않은 복병에 걸려 어려 웠다. 이혼 후 아이들의 친권자가 아빠로 되어있으면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엄마의 보증과 ‘아빠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증명’을 첨부하여야 한다고 하니 난감 하였다. 10여 년 전 남편과의 이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혼에 동의 해 주었을 때 물불을 가릴 상황이 아니다 보니 생긴 불찰이었다.
‘나 혼자 가야하나? 이번 여행은 아이들과 함께 가는데 의미가 있는데.…….
사람이 만든 일에 해답이 없는 문제가 어디 있겠는가. 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둠에 잠시 가려 보이지 않는 것이겠지, 싶었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쑥날쑥 나를 헤집어 놓았다.
전 남편은 3년 전까지 왕래가 있었으나 어느 날, 불쑥 학교에 들린 아빠를 만난 재민 이는 순간적으로 옛날의 폭력적이던 아빠의 기억이 떠올라 몹시 놀랐다고 했다.
아빠를 만나고 돌아오던 어느날
나를 보자마자 엉엉 울며 몹시 힘들어 하였다.
“왜? 무슨 일이야? 아빠랑 친구들과 짜장면 먹고 온다고 했잖아?”
“근데 오늘 아빠에게 그만 솔직한 말을 했어. ’아빠 전 이제 솔직해지고 싶어. 아빠가 오거나 전화하면 우리는 불안해. 예전에 엄마에게 몹시 대하고도 미안하단 말도 안하고.......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잖아? 내가 아빠를 용서 할 수 있을 때 연락 할게. 전화 하지 말아줘.”라고
그날 재민이의 시무룩한 마음을 껴안으며 “잘 했다. 장하다. 재민, 많이 컸구나. 너에겐 아빠니까, 스스로 이해하고 넘어 서길 바랬지. 엄마는 이런 날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죄책감 갖지 마라. 아가야.” 그는 아빠에게 너무 심한 말을 한 게 아닌가 싶어 며칠을 괴로워하였다. 그때 재민 이는 초등학교 6학년 이었고 그의 우울증은 점점 깊어갔다.
결국 서울 외교통상부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상의하여 서류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 이 원하는 대로 서부경찰서에 찾아가 ‘아빠를 찾았으나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증명’을 위한 첫걸음으로 가족 찾기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담당자는 “아빠가 아이들을 찾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어쩔래요? 가족 찾기는 이산가족을 위한 것이에요. 안돼요.” 하며 단호하게 거절을 하였다.
‘그럼 나와 같은 처지의 아이들은 여권을 못 낸단 말인가?’
“외교 통상부와 통화를 해 보시지요.” 담당자들 간에 대화는 길어지고 잘하면 둘이 싸울 태세였다.
“가족 찾기 빈 접수증이라도 필요하면 가져가요.” “허허 참, 빈 접수증이 무슨 의미가 있어 요?” 나를 적당히 무지한 사람으로 밀어 붙이며 피하려고만 하였다. 뜻대로 되는 일이 많으 면 좋겠지만 안 되니 마음을 비우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안될 일이면 안 되겠지. 될 일이면 될 테고.’
이말은 라마나 마하리쉬가 늘 입에 달고 사시던 가르침이었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여자경찰이 선뜻 접수해 주자며 상황을 받아주어 한달음에 여권을 신청하고 결국 몽고에 가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아이들의 아빠는 인도의 어느 아쉬람에서 요가 공부를 하고 있었다. 제법 잘 나가는 요가 선생이라고 하는데 8월에 입국 하여 아이들을 만나보았다. 술도 끊고 폭력도 안 쓰는 듯하나 변함없이 오만하여 아이들은 더 이상 대화 할 수 없다고 완강히 마음을 접어 버렸다.
“누군가를 용서할 기회가 왔을 때 이해하고 인정하면 좋겠다.” 고 아이들의 마음이 열리기를 옆에서 거들었지만 재민이에 비해 딸은 더욱 더 대화를 접고 싶어 하였다. 정서적으로 그녀와는 코드가 맞지 않아 상처를 받고 우는 모습을 보니 씁쓸했다. 아직 때가 아닌 듯싶었다.
주느비에브 베런드(Genevieve Behrend, 1881-1960)의 <보이지 않는 힘>에서 ‘우리가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소망 그림은 우주의 마음에 반영되고 상호작용이라는 자 연의 법칙에 따라 영적 형태든 물리적 형태든 우리에게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기억하 기 바란다.
개인의 마음과 우주 마음 사이에 이루어지는 상호 작용의 법칙을 알게 되면 소유하기를 원하거나 존재하기를 원하는 모든 것으로 자유롭게 다가가는 길이 열린다.’
‘자기 자신과 자기의 감정을 분명히 알수록 지금 있는 현실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 스피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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