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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하늘이
땅의 꽃으로 내려 온
백일홍
(교시)
산을 씻는 비
허나, 색 없는
가을의 비
(아키나리)
꽃 다 지고
대나무 보는 처마의
평온함이여
(샤도)
우물의 어둠 속에서
내 얼굴을
찾아낸다.
(호사이)
기침이 계속
등 두드려 줄
사람이 없네
(산토카)
개미를 죽이다
아들 셋에게
들켜 버렸네
(슈손)
색이 묻는구나
두부에 떨어진
옅은 붉은 단풍
(바쇼)
지진 난 줄 모르고
깜빡 잘 자다.
봄날 저녁
(헤카고토)
색연필의 파란 색을
조용히
깎고 있다.
(호사이)
씨앗을
손에 쥐면 생명이
속살거린다.
(소조)
전부 잃어버린
손과 손이
살아서 맞잡는다.
(세이센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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