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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세상이
나를 받아들일 줄
미쳐 몰랐네
(하진)
죽음을 맞이하며 쓴 시
새해의 첫날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다
그냥 인간일 뿐
(시키)
뒤에서부터
불어오는 가을 바람
들풀 속에서
(스이하)
재 집은 너무 작아
내 집에 사는 벼룩들도
식구수를 줄이네
(잇사)
날아가는
가을바람이 학을
걷게 하네
(이시다 하쿄)
쇠약해진 자신을 학에 비유한 시
밭 주인이
허수아비 안부 묻고
돌아오네
(부손)
이슬 방울 방울
하릴없이 덧 없는 세상
씻어 내리라.
(바쇼)
달빛 아래에
의자 하나를
내려 놓는다.
(하시모토 다카코)
남편의 제사날에
가는 봄에
새는 울고
물고기 눈엔 눈물
(바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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