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간 산 아래를 내려가지 않고 지낸 것 같다.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고 지낸 것 같다. 덕분에 온전히 나로 돌아와 자연을 즐길 수 있어 아주 천천히 천천히 호흡하고 아주 바보처럼 생각도 멈추고 그저 곤충 하나 꽃 하나를 지그시 쳐다 본다. 아침 이슬에 젖은 바늘꽃. 꽃. 차가움과 씨앗의 껍질을 뚫고 생명의 신성한 힘이 비와 거친 바람과 따가운 햇살을 하나로 모으고 뿌리로 거두어 갈무리 한 물과 양분을 끌어 자라고 자라고 해와 달을 이고 지고 몇달 혹 몇년을 아주 천천히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조금씩 견뎌내어 자신 만의 색으로 활짝 드러내니 감탄이 나온다. 꽃을 거치지 않은 결실이 없으니 꽃이 시들고 사라짐은 또한 기쁨이다. 그 결실을 먹고 자라는 인간은 햇살과 지구와 바람과 구름을 먹는 것 그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