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서 혼자 살기/가물치와 생명들

들고양이 친구와 아가들(4)

리라568 2023. 4. 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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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의 좋은 시간은 행복했다.

한편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 이불을 깔아주고 비막이를 했으나 

그들의 고달픈 야생의 삶은 여전했다.

 

얼어 붙은 밥을 새로 끓여 먹이고 

막내의 진물이 나는 눈의 치료를 위해 소염제와 기생충약을 녹여

밥에 적당한 비율로 먹이기 시작했다.

어미는 전 보다 밝고 행복해 보였지만 지쳐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부터는 새끼를 데리고 나가 사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철부지 아이들은 뛰어노는 폼이 나무를 성큼 올라가는 민첩함에 감탄을 자아냈다.

잘 커가는구나.

나도 행복했다.

그러다 또 서울을 가야만 하는 일이 생겨

바리바리 먹을 것을 놓아두고 어미에게 당부하며 떠났다 ........가 생각보다 길어진 외유,

 

돌아와 보니 아무도 없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내 집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밤 12시에는 정확하게

창 밖에서 창문이 열리기를 다소곳히 기다리던 그녀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음 여행이 너무 길었지. 미안하군'

 

그렇게 그들은 사라졌다.

봄이왔다.

 

약체인 어미와 막내가 살아있는지 궁금해서 이웃에게 물어보면

모두 보지 못했다는 말을 하였다.

들고양이 평균수명이 3년이라 하니 어쩌면 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였으니

적자생존의 냉엄한 현실을 그둘은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으리라.

 

그렇게 한달이 지나던 어느날, 역시 밤 12시에 창문을 열고 달을 보다 문득

아래에 솜 뭉치 같은 것이 희미하게 있었다.

눈이 안 좋은터라 움직이지 않는 그것을 무시하고 문을 닫고 잘 준비를 하는데

무언가 느낌이 마음을 이끌었다.

다시 열고 안경을 쓰고 무심히 '야옹' 하니 

아주 어렵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야옹'

아! 네마리 새끼 중에 둘째 아이였다.

그리고 그는 나의 집을 벗 삼아 놀고 살고 있다.

 

 

 

 

 

지쳐 보이던 어미와 아가들 

 

새로 찾아온 아가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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